2021년 3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취미가 있다. 바로 테니스 배우기.
나는 단 한 번도 테니스를 배워볼 생각 조차 해본 적이 없었는데, 올해 초에 반짝 사겼던 남자친구가 테니스 보이였다. 한국에서는 솔직히 테니스 코트가 어디에 있는지 본 적도 없는 거 같고, 테니스라는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 역시도 본 적이 없다. 아니, 사실 있다고 하더라도 별 관심이 없다보니 그저 안중 밖이었을지도.
어쨌거나 올 초에 반짝 사귄 남자친구는 미국인이었고 고등학생 때부터 테니스를 학교에서 배우기 시작한 이래 좋아하게 되어서 미국에서도 아버지랑 자주 테니스를 쳤다고 한다. 또 얘 직업이 미국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인데, 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 여학생들 테니스 코치로 일한 적도 있다고 했다. 심지어는 테니스 라켓을 하나 한국에 가지고 와서 여기에서 만난 미국인 친구랑 치기도 하고, 우연찮게 알게 된 한국 중년 테니스 클럽에도 가입해서 종종 나가서 테니스를 치기도 했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못 나가다가 나랑 사귈 즈음엔 테니스 코트도 다시 개방이 되면서 딱 한 번 같이 따라가서 남자친구 치는 것 구경도 하고, 테니스 클럽 아줌마, 아저씨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그랬는데, 그때 남자친구가 던져 주는 공 몇 번 받아쳐보니 '이거 재밌겠다', '나도 한 번 배워보고 싶다'라는 배움의 욕구가 다시금 뿜뿜! 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mbti 유형은 enfp. 스파크형이라고도 하고 또 재기발랄한 활동가라고 하기도 하더라. 아무튼 나는 이 성격 유형에 거의 부합하는 사람인지라 욕심도 많고, 새로운 일을 추친하고 시작하는 데에도 크게 거리낌이 없다. 크게 고민하지 않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많은 것도 사실인데, 어쨌거나 안 해보면 계속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고민하면서 시간 낭비, 스트레스만 생기기에 그까이꺼 뭐 보통 일단 해보는 스타일이다. 해보고 좋으면 새로운 좋은 취미, 즐거운 운동을 한 가지 더 내 인생에 추가해줄 수 있는 것이고, 테니스는 생각보다 그리 비싼 스포츠도 아니었다. 테니스 라켓은 20만 원 이하 투자로 하나 사서 계속 쓸 수 있을 거 같고, 공은 그리 부담스러울 가격이 아니다. 또 테니스 슈즈도 보통 우리가 사서 신는 나이키 등 슈즈 가격이기도 하고, 외관상으로는 이게 테니스용인지 아닌지 구별될 정도로 촌스럽다거나 하지도 않아서 꼭 테니스 치는 순간이 아니라도 신고 다닐 수 있으니 별 부담 갈 것도 없는 부분이다.
아무튼 이러한 빠른 정리와 함께 남자친구 테니스 클럽에 따라간 그 날 바로 나는 테니스를 배우기로 결심했고, 미국인 남자친구가 고향인 캘리포니아로 떠난 3월 5일 이후, 재빠르게 레슨받을 테니스 레슨 교습소를 알아보고 전포동에 있는 빅투아 테니스 라는 곳을 발견했다.
3월 15일 월요일부터 일단 주 2회로 레슨을 시작했고, 여기는 1:1 기준으로 레슨 20분을 받고, 20분동안 스크린 테니스를 칠 수 있다. 주 2회 4주 기준으로 가격은 현금가 15만 원. (카드로 결제할 땐 수수료 10%가 추가되는데 동백전으로 결제가 되는 곳이라서 카드 결제하면 오히려 15만 원보다 조금 더 싸게 등록할 수 있다.) 1:2 그룹 레슨도 가능하지만 20분이라는 짧은 레슨 시간동안 코치님이 두 사람을 지도하는 것에 비하면 그리 저렴하지 않은 듯 해서 개인적으로는 비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1:2 레슨은 같이 할 사람을 직접 구해서 가야 한다라는 번거로움도 있다.
아무튼 코치님은 체대 출신에 테니스는 취미로 동호회 활동 정도를 하시다가 이후에 아예 테니스 교육 쪽으로 변경하셨다고 했다. 정중하시고 차분하게 하나하나 세심한 지도를 해주셔서 솔직히 부산 테니스 레슨 정말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올해 8월이나 9월초 즈음에 미국으로의 출국(1년 반 이상 거주할 생각, 가능하면 눌러살 것임)을 준비하고 있는데, 가급적이면 출국 전에 한국어로 많이 배우고 싶어서 레슨을 주 2회 월, 수반에서 주 3회 월, 수, 금으로 도중에 변경을 했다. 일단 4월 한 달은 일정에 문제 될 게 없어서 이렇게 레슨을 받고, 아마 5월부터는 다시 월, 수 주 2회반으로 변경해야 할 거 같기는 한데, 가능하면 주 3회씩 계속 꾸준히 해서 감이라는 걸 붙이고 기본기를 탄탄히 쌓은 다음에 캘리포니아로 가서 핫한 캘리포니안 가이, 걸들이랑 테니스 즐겁게 치고 싶다!
참고로 주 3회로 할 경우엔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해져서 21만 원이었다. 레슨 20분동안 세심한 코칭을 받고 (정말 매번 조금씩 업그레이드 시켜주신다는 느낌이 들어서 대만족) 바로 이어서 20분 동안 혼자서 스크린 테니스로 다양한 난이도로 스윙 연습이 가능하니 가격에는 정말 일절 불만이 없고, 여기는 서면 바로 옆이라 접근성도 용이해서 정말 대만족이다. 물론 내가 좀 긍정적인 편이라서 아마 다른 코치님께 배우더라도 최고라고 재밌어했을 가능성이 높기는 한데ㅋㅋㅋㅋ 아무튼 그렇다.
전 남자친구랑 사상에서 나이키 앞을 지나가는데 광고 모델이 테니스를 치는 사진이 걸려 있길래 저기 보라고 하니, 남자친구가 놀라면서 '라파엘 나달'이라는 스페인 테니스 프로 선수인데 여기를 숱하게 지나다녔으면서도 그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는 건 몰랐다고 알아채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비록 그의 최애 선수는 테니스 황제라고 불리우는 '로저 페더러'라는 선수이기는 하지만.
나는 선수들의 영상을 유튜브로 여러 번 보다보니, 핑크색 원색 컬러 나이키 테니스 웨어 차림이 너무나도 귀엽게 잘 어울리는 이 스페인 선수가 더 좋아졌다. 그리고 스페인어가 모국어라서 이 사람의 스페인어 인터뷰 영상을 보는 것도 즐겁고 (나는 스페인어를 한다) 또 지금이야 유창하지만 어렸을 땐 영어가 서툴러서 실수하는 모습 등의 인터뷰 영상도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아무튼 아직 테니스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하고, 이제 겨우 오늘로 12번째 레슨을 받은 테린이 테니스걸이지만ㅎㅎ 앞으로 오래도록 이 매력적인 스포츠를 계속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2개월차인데 미국 가기 전까지 대략 5-6개월 정도는 한국에서 배울 수 있으니까 그동안에 꾸준히 즐겁게 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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