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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기록

책, 홀로서기 심리학 Mastering Adulthood

by summer summer 2021.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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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반에는 책 읽는 걸 참 좋아하는 소녀였는데(심지어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는 책이랑 자기 둘 중 누가 더 좋냐고 귀여운 질투를 하기도 할 정도였다) 요즘은 책을 한 권 한 권 읽기 위해 고르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들어가고, 그렇게 고르고 골라서 손 안에 넣게 된 책이라고 할지라도 완독하는 게 너무나도 힘들어졌다. 약 1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집중력이 그만큼 떨어진 걸까. 아니면 스마트폰, 인스타그램, 유튜브, 메신저 등 자극적인 요소들이 주변에 너무나도 많아진 나머지 한 가지에 오롯이 집중할 수가 없어진 걸까.

 

어쨌거나 이 책은 교보문고에 그냥 들렀다가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던 책 중 하나를 우연히 발견했다. 당시 남자친구가 미국으로 돌아간 직후였고 그야말로 '홀로서기'의 중요성을 여실히 깨닳고 있던 때였다. 정말 어떻게 하면 나 혼자서도 괜찮게, 즐겁게, 그리고 건강하게 내 인생을 꾸려 나갈 수 있는 걸까, 라는 고민으로 하루하루 우울했다가 남자친구랑 연락할 때면 또 즐거웠다가를 롤러코스터 처럼 반복하던 때.

 

아무튼 이제 나이도 그렇게 마냥 어리다고 귀엽게 봐줄 만한 나이도 벗어나게 되었고(한국 나이로는 2021년 31살, 현재 만 29세이다) 제대로 일을 안 한지도 1년도 훌쩍 넘은 애매모호한 인생으로 흘러가듯 살아가고 있는 나인데, 이제는 정말 정신 차리고 말 그대로 정말 "뭐라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남자친구는 미국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돌아가면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을 만끽한 이후, 다시 복직해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서 커리어를 쌓으며 미래에는 교장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도 말했었다. 또 기회가 된다면 한국 내 미국 대사관 등에서도 일해보면서 지내고 싶다는 등의 이야기를 나눴던 지라 나보다 두 살 어린 이 아이도 이렇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디자인을 해놓은 상태인데, 나는 "대체 이게 뭔가"라는 생각에 스스로가 너무나도 한심해 보이기도 했었다.

 

서점에서 책을 스르륵 훑어보니 문체도 읽기 편해 보이고 (가끔 번역서는 문체가 어색하고 과도한 예시 등으로 읽기 피곤하다) '심리'와 '홀로서기'라는 키워드 자체가 현재 내 삶에 있어서 진/지/하/게 필요한 요소로 느껴져서 바로 구매를 했다. 하지만 3월 25일 목요일에 읽기 시작한 이 책 역시도 4월 15일 목요일인 오늘 끝낸 걸 보니 그 사이에도 참 내 삶에 집중하지 못하고 참 많이도 흔들렸구나 싶다.

 

결론적으로 책은 좋았다. 사이사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내 삶에 적용하기 힘들 것 같은 부분도 아주 약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너무나도 내 상황에 들어맞았기에 공감이 많이 되었다.

 

*

 

요즘 칠레에서 살 때 만났던 칠레인 전 남자친구와 거의 매일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 통화를 하기도 하는데, 그는 늘 내가 우울해 할 때마다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과할 정도로 뼈 아픈, 진실된 조언을 해주곤 한다.

 

남자에게 공간을 줘라.

남자에게 지나친 애정과 관심을 줄 필요가 없다.

오로지 남자가 너에게 잘하고 그가 너의 애정을 얻을 자격이 있을 때 애정을 줘라.

상대방에게 너무 과한 기대감을 갖지 마라.

등등.

 

쓰려고 보니 다 기억은 안 나지만 하나하나 촌철살인 같은 충고이자 조언인지라 솔직히 들을 때마다 이 놈이 이거 진짜 나를 사랑하는 게 맞나 싶다가도 다 맞는 팩트인지라 할 말이 없고 때로는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실제로 나라는 여자를 밑바닥까지 제대로 경험한 남자인지라 그의 조언에 대해선 뭐 반박의 여지가 없다. 또 날 사랑하고 다시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고 해서 사탕 발린 말만 하지 않는 게 참 고맙다.

 

*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는 불안하다고 해서 바쁘게만 사는 바보가 되고 그런 과정 속에서 번아웃 될 것이 아니라, 좀 더 내 감정을 지켜봐주고 진짜 내게 필요한 것,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행동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앞에 적은 포스팅에서 갑작스럽게 테니스를 시작하게 된 것처럼 난 뭐든 쉽게 결정하고 시작하고 성급히 실망하고 끝내는 안 좋은 습관이 있다. 물론 재고 따지느라 경험 조차 못 해보고 후회만 일삼는 것보다는 '경험'부터 쌓고 보는 나의 이런 점을 사실 나는 꽤나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와 관련해서 보다 우선순위 있는 삶을 쌓아나가고 싶다.

 

책에 나오는 여러 가치들 중 나는 1. 건강, 웰빙, 자기 관리 2. 일과 자기계발 3. 재정 안정성 이 세 가지를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가치로 꼽았다. 사실 행동하는 걸 보면 '연애'가 지상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바보같이 열정적인 삶을 살아오긴 했지만. 이건 정말 고치고 싶은 부분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와 관련해서 내가 생각한 목표는

1. 건강, 웰빙, 자기 관리 : 다이어트, 운동으로 섹시하고 건강한 60kg hot body 만들기.

2. 무역 사무, 영어 공부 매일 열심히 해서 '무역' 분야에서 커리어 쌓고 전문가로 성장해서 미국 정착하기.

3. 내 능력, 재능을 지속적으로 돈으로 교환하고, 파이프라인 구축하기. 절제하는 소비.

 

2021년 이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많은 개인적인 성장과 발전, 만족, 행복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

 

"제시카는 남자 친구와 헤어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습니다. 남자 친구가 불완전한 자신을 완벽하게 채워 거라고 기대했지요. 그와의 이별은 부족하고 못나고 볼품없는 자신으로 돌아감을 의미했습니다. 그것이 두려웠기에 그녀는 안간힘을 써서라도 그를 곁에 두려고 했던 것이었지요.
그러나 나를 완벽하게 채워 타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그것은 엄마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퇴행적인 행동일 뿐입니다. 나은 나를 만들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입니다. 인생은 혼자 오를 수밖에 없는 산행입니다. 곁에 있는 사람들이 힘내라고 응원해 있을지는 몰라도 길을 대신 걸어가 주진 못합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나 투명하고 명백한 진실이기에 때론 인정하기가 두렵지요. 그러나 거부해 봐야 자신에게 이로울 없습니다. 타인이 주는 끝내 포기하지 않은 기대하고 실망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으니까요.
냉정히 말해 제시카는 남자 친구를 사랑했다고 없습니다. 부족하고 못나다고 여기는 자기 자신을 대할 느껴지는 두려움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남자 친구를 이용했다고 봐야 합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욕심입니다. 자기만족에 불과합니다. 사랑은 상대가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필요한 것을 제공하려는 배려이자 의지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아니라 그가 원하는 것을 건강한 방식으로 주는 것입니다." p.222-223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슴이 콕콕 쑤셔 왔다. 자주 가는 동네 카페 사장님한테도 얼마 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어쩌면 나는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것까지는 아니고 그저 그를 이용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 지금까지 사겨온 모든 남자친구들이 너무나도 좋았지만 어쩌면 나는 단 한 번도 타인을 사랑한 적은 없는 그저 이기적인 사람인 것 같다고. 정말 위 부분에서 '제시카'라는 이름을 '희야'로 변경하더라도 위화감이 하나도 없을 것만 같은 글귀였다.

 

*

 

사실 계속 언급중인 미국인 남자친구와의 관계는 지금 급속도로 애매해져서 나는 그를 전 남자친구라고 불러야 할지, 현 남자친구라고 불러야하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여전히 그를 좋아하고 그리운 건 사실이지만 이 책에서 언급된 수많은 홀로서기가 안 되는 사람의 오류들을 나는 그대로 남자친구에게 저지른 뒤이고, 그 때문인지 그는 내게 지친 거 같고 나를 처음처럼 아름다운 존재로서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면 그와의 관계는 이대로 끝이날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 새로운 연인이 찾아오거나 혹은 현재의 이 사람과 함께 할 기회가 내게 주어진다면, 나는 이 책에서 느낀 부분들을 마음에 새기고 또 새기며 나의 심리적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보다 성숙한 만 29세의 혼자서도 행복하고 괜찮은 독립적인 여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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